

4.2
· 서울 성북구
대왕대비궁
신점
1,069
재방문하고 싶습니다.
- 돌아가신 삼촌 관련 - 해외 취업 관련(잘 적응할 수 있을지) 삼촌이 험하게 돌아가셨다, 등/가슴이 으스러지는 느낌이다. (언뜻 들은 얘기로는 삼촌이 저와 성장환경이 비슷하신 것 같아서) 어떤 분이었는지 궁금하다고 여쭤봤는데, 자꾸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해외 취업 관련해서는 3년만 있어보라고 하셨는데, 사주에서 들은 햇수도 3년이었어요. 나가서 어리버리할 수는 있는데, 그러면서 적응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 삼촌은 생각 말고 할머니 묘에 다녀오라고 말씀하시면서 가져갈 것들을 말씀해주셨는데, 동태전을 가장 먼저 말씀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항상 해 먹던 게 동태전이었어요. 팩으로 된 냉동 동태를 사와서 계란물이랑 밀가루를 묻히고, 전을 해서 먹었거든요. 보통 추석 음식은 동그랑땡이나 산적 생각하는데 오히려 저희는 동태전이 고정 메뉴였어서... 딱 동태전 얘기하실 때 신기했어요. - 친가에 왜 할머니가 둘이냐는 얘기를 하셨는데, 실제로 누가 첩질을 하셔서^^;;. 불륜 아니고 진짜 첩을 두셨던 게 맞아요. 게다가 첩 되시는 분이 저희 할머니가 쓰셔야 할 호칭으로 불렸거든요... 첩질 하시는 분은 산 말아먹고 첩한테 뭘 차려주기까지 하느라 할아버지, 할머니께 갈 재산까지 다 쓰셨고요. 엄마가 할머니를 싫어하시는데, 그런 엄마도 첩 쪽을 욕할 정도니 할 말 다 했죠 뭐. 제가 20대 초중반이라, 겉만 보고 찍어서 맞출 수 있는 얘기는 아닌데 신기했네요. -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는데 가족들이 삼촌 얘기를 거의 안 해서 좀 알고 싶다”, 여기까진 얘기를 했기 때문에 안 좋게 돌아가셨다는 걸 누구라도 짐작은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교통사고인 건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위와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 제가 신점을 처음 보는 거라, 당연히 관련 정보를 잘 모르는 상태로 방문했습니다. 기주? 비방? 이런 단어도 처음 들어봤어요. 그래서 물으시는 말에 굉장히 어리버리하게 대답을 했는데... “지금까지 공부 잘 된 거 운이 좋아서가 아닌데 너무 자기를 낮춘다”고 하셨습니다. 맞아요, 상황이 좋았던 것도 있고, 도움 주신 분들 덕에 간판만은 잘 달고 살고 있어요. 이제까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제가 노력한 거라고 말씀을 해 주셔서 큰 위로가 되었어요. 정말 제 힘으로 해낸 게 맞는지 아닌지, 그런 사실 여부를 떠나... 좋은 말씀 해 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 돈 걱정은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신점 보기 전에 지원해 둔 장학금이 있긴 했지만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진 않았거든요. 그걸 못 받으면... 피할 수 없는 쪼들림의 길로 들어서야 했고요. 근데 정말 얼마 안 지나서 받았습니다. 틀린 내용은 아니고, 제가 현재 알 수 없는 내용은 있었어요. 가령 할머니 제사를 추석 근처에 몰아서 지냈을 거라는 얘기, 삼촌이 개(강아지 말고 ‘개’라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하심)를 키웠을 거란 얘기. 부친과 반쯤 절연한 수준이라서 확인을 한다면 엄마나 고모 통해서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제가 신은 구두를 삼촌이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신고 싶지 않아지는 날이 올 거고, 그땐 그냥 버리라고 하셨는데요, 뭐 아직은 잘 신고 있습니다... 삼촌이 허리를 잡고 있다면서 쑥향을 태워주셨는데, 신기하게 며칠 내내 허리랑 등이 편했어요. 대학가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어서, 물류가 한 번 들어오면 허리가 두 동강 나는 느낌이었는데 ... 돌아오는 근무일에도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신점 보는 내내 분위기는 편안했습니다. 제가 빈티가 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굿 하지 말고 여기서 털어줄 테니 그냥 가라고 하셨고 딱 기본 요금만 받으셨어요. 신당 가는 언덕길을 오를 때 점 보기 전에 죽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래도 간 보람은 있었어요.